Photo · Arbbrief Editorial숫자는 전부 드러나 있고, 이름만 감추어져 있다
8개 기관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담은 표가 한 장 놓여 있다. 전체 고용인원, 의무인원, 실제 고용인원, 고용률까지 네 개 열의 수치가 빠짐없이 채워져 있으니, 언뜻 보면 읽기만 하면 되는 자료처럼 보인다. 그런데 행 여덟 개 가운데 네 개의 이름이 A, B, C, D로 가려져 있다. 이 문항이 시험하는 것은 수치를 읽는 능력이 아니다. 불완전한 이름표 아래 놓인 숫자 배열에 조건 네 개를 순서대로 대입하여, 네 칸의 빈 이름을 단 하나의 조합으로 확정하는 능력이다.
소재는 장애인 고용이지만, 문항의 진짜 과제는 연립부등식에 가깝다. 미지수가 넷이고 제약이 넷이며, 해가 유일하다.
표의 설계: 무엇이 주어지고, 무엇이 숨겨져 있는가
표에는 남동청·북동청·남서청·북서청 네 기관이 실명으로, A·B·C·D 네 기관이 가명으로 나란히 놓여 있다. 수치는 어느 행에도 비어 있지 않다. 출제자가 감춘 것은 오직 네 행의 기관명, 즉 동부청·서부청·남부청·북부청이 A~D 중 각각 어디에 해당하는가라는 대응 관계뿐이다.
이 설계가 영리한 까닭은, 수험생이 계산할 것이 사실상 없다는 데 있다. 증감률을 구할 필요도, 구성비를 산출할 필요도 없다. 고용률 공식이 각주로 제시되어 있지만 표에 이미 고용률 열이 채워져 있으므로, 각주는 확인용 장치에 그친다. 난이도의 원천은 계산이 아니라 조건 네 개의 교차 적용이다.
조건을 하나씩 살펴보면, 첫째는 의무인원의 대소 관계(서부청 < 동부청 < 남부청), 둘째는 고용률의 극값(서부청이 가장 낮다), 셋째는 의무인원의 또 다른 대소 관계(북부청 < 남부청), 넷째는 동부청과 남동청 사이의 교차 비교(고용인원은 동부청이 크고, 고용률은 동부청이 작다)로 이루어져 있다. 네 조건 모두 대소 비교이지만, 탐색 공간을 좁히는 힘은 균등하지 않다. 어떤 조건부터 적용하느냐에 따라 풀이의 효율과, 더 중요하게는 실수의 확률이 달라진다.
가장 강한 제약이 여는 문
네 조건 중 탐색 공간을 가장 급격히 좁히는 것은 둘째 조건이다. "장애인 고용률은 서부청이 가장 낮다." A~D의 고용률은 1.06%, 1.35%, 1.60%, 1.67%이고, 이미 이름이 밝혀진 남동청(1.45%), 북동청(1.54%), 남서청(1.77%), 북서청(1.79%)의 값도 표에 나와 있다. 여덟 기관 전체에서 고용률이 가장 낮은 행은 A(1.06%)뿐이다. 이 한 줄의 비교만으로 A는 서부청으로 확정된다.
이 확정이 갖는 힘은 단순하다. 남은 미지수가 넷에서 셋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조건의 적용 범위 자체가 바뀐다. 넷째 조건은 "동부청은 남동청보다 고용인원이 많고 고용률은 낮다"인데, A가 서부청으로 빠진 뒤에는 B·C·D 가운데서만 동부청을 찾으면 된다. B·C·D의 고용인원(301, 361, 332)은 모두 남동청의 58명을 넘으므로 고용인원 조건은 셋 다 통과하지만, 고용률이 남동청의 1.45%보다 낮은 행은 B(1.35%) 하나뿐이다. C(1.60%)와 D(1.67%)는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B는 동부청이다.
여기까지 오면 C와 D에 남부청과 북부청을 배정하는 일만 남는다. 첫째 조건이 "동부청 의무인원 < 남부청 의무인원"을 요구하고, 동부청(B)의 의무인원은 670명이다. C의 의무인원은 676명, D는 598명이다. 670보다 큰 쪽은 C뿐이므로 C가 남부청, D가 북부청이 된다. 셋째 조건(북부청 의무인원 < 남부청 의무인원)도 598 < 676으로 자동 충족된다. 네 조건이 서로를 교차 검증하며 단 하나의 배치로 수렴하는 구조다.
정오의 경계: 676과 598 사이의 6명
이 문항에서 정답과 가장 정교한 오답을 가르는 지점은 C와 D의 배정이다. 선지 ④는 A를 서부청, B를 동부청으로 놓는 데까지는 정답과 동일한 경로를 밟는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 C를 북부청, D를 남부청으로 뒤집는다. 이 뒤집힘이 통과하려면 동부청(670) < 남부청 의무인원이어야 하는데, D의 의무인원은 598이다. 670 < 598은 성립하지 않는다. 차이는 겨우 72명(676 vs. 598)이고, 조건을 한 번 더 대조하는 수고를 건너뛰면 놓치기 쉬운 폭이다.
④에 빠지는 수험생의 사고 경로를 복원하면 이렇다. 둘째 조건과 넷째 조건으로 A와 B를 올바르게 확정한 뒤, 나머지 두 행을 "대충" 배정한다. C와 D 중 어느 쪽이 남부청이고 어느 쪽이 북부청인지를 첫째·셋째 조건으로 검증하지 않고, 선지에 제시된 순서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문항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 검증 생략이다. 앞 두 단계를 올바르게 수행한 수험생일수록 "여기까지 맞았으니 나머지도 맞겠지"라는 관성에 빠지기 쉽다.
반면 ①과 ②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이 두 선지는 A를 동부청으로 놓는다. 그러나 A의 고용률 1.06%는 여덟 기관 전체에서 최저이고, 둘째 조건은 고용률 최저가 서부청이라고 명시한다. A를 동부청으로 잡는 순간 서부청이 될 후보가 B~D 안에 존재하지 않게 되며(B·C·D의 고용률은 모두 남동청의 1.45%보다 높거나 낮기는 하되, 서부청이 "가장 낮아야" 한다는 전체 극값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후 어떤 조건을 적용해도 일관된 매칭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부청과 서부청을 뒤바꿔 읽는 착각, 혹은 "가장 낮다"를 A~D 범위로만 한정하여 전체 기관을 비교하지 않는 실수가 이 선지로 이끈다.
⑤는 조금 다른 경로의 실패다. A를 서부청으로 올바르게 놓지만, B를 남부청으로 배정한다. 이 경우 동부청은 C 또는 D가 되어야 하는데, C의 고용률(1.60%)과 D의 고용률(1.67%)은 남동청의 1.45%보다 모두 높다. 넷째 조건(동부청 고용률 < 남동청 고용률)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 배정은 곧바로 무너진다.
조건의 위계를 읽는 기술
이 문항이 남기는 교훈은 조건의 순서에 관한 것이다. 복수의 조건이 주어졌을 때, 제시된 순서대로 적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대개 비효율적이다. 이 문항에서 첫째 조건(의무인원의 삼자 대소 관계)부터 적용하면, 서부청·동부청·남부청의 의무인원 순서를 알아야 하는데 아직 누가 서부청이고 누가 동부청인지를 모르므로, 세 미지수를 동시에 다루어야 한다. 반면 둘째 조건("가장 낮다"라는 극값 조건)은 비교 대상이 여덟 행 전체로 확장되어 있어, 단 한 번의 탐색으로 하나의 미지수를 확정한다.
조건을 읽을 때 먼저 찾아야 하는 것은 극값 조건(최대, 최소, 유일)이다. 대소 관계는 두 개 이상의 미지수를 동시에 묶지만, 극값 조건은 전체 집합에서 하나를 즉시 분리한다. 그 다음으로 강력한 것은 방향이 엇갈리는 교차 조건이다. 이 문항의 넷째 조건처럼 "고용인원은 크고 고용률은 낮다"는 두 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행을 찾아야 하므로, 후보를 빠르게 줄인다. 단순 대소 관계는 그 뒤에 적용해도 늦지 않다.
조건이 복수인 문항을 만나면, 선택지를 보기 전에 조건들을 제약력 순으로 재배열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극값 조건을 먼저, 교차 조건을 다음으로, 단순 대소 조건을 마지막으로. 그리고 마지막 한 쌍이 확정된 뒤에도, 남은 조건으로 반드시 역검증을 수행한다. ④에 빠지는 수험생이 놓친 것은 바로 그 역검증의 한 걸음이다.
광고 영역
Billboard · 728 × 280
Tag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