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PSAT 언어논리 1
일제강점기 재일조선인을 통제한 협화회의 강압적 동화정책과 이에 맞선 민족 정체성 수호
Photo · Arbbrief Editorial포함의 문법: 삽입구가 감추고, 합성이 왜곡하는 것
일제강점기 재일조선인 통제 기구인 협화회를 다룬 이 문항은 표면적으로 역사 지식을 묻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항이 실제로 시험하는 과제는 역사적 사실의 암기가 아니라, 텍스트가 명시적으로 말한 것과 독자가 그럴듯하게 조립해낸 것 사이의 경계를 식별하는 능력이다. 지문은 협화회의 창립 배경, 가입 의무, 조직 구조, 황민화 정책, 재일조선인의 대응이라는 다섯 층위의 정보를 빠르게 쌓아 올리는데, 이 정보의 밀도 자체가 정밀한 대조를 방해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설계의 골격
이 문항의 지문은 복수의 주체(일본 정부, 경찰, 협화회, 조선총독부, 재일조선인, 친일분자, 학교)가 각기 다른 역할과 시점 위에 배치된 구조를 갖는다. 핵심은 이 주체들의 역할이 겹치는 듯 보이면서도 실은 엄밀히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협화회는 감시와 황민화를 수행하지만 교육 기관은 아니다. 조선총독부와 협화회는 각각 조선과 일본 본토의 조선인을 통제하지만, 양자의 협조에 대해 지문은 침묵한다. 재일조선인의 조직적 저항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협화회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일이다.
출제자는 이 구분선들을 의도적으로 흐리게 배치한다. 가장 정교한 장치는 두 곳에 있다.
첫째, 제2단락의 "1945년 재일조선인은 전시노동동원자를 포함하여 230만 명에 달했는데, 이들은 모두 협화회의 회원으로 편성되어 행동과 사상 일체에 대해 감시를 받았다"라는 문장이다. 여기서 "전시노동동원자를 포함하여"는 문장의 주어를 수식하는 삽입구에 불과하다. 독자의 시선은 "230만 명", "모두", "감시를 받았다"라는 굵은 정보에 끌려가기 쉽고, 삽입구 속에 박혀 있는 '전시노동동원자도 감시 대상이었다'는 함의는 스쳐 지나가기 쉽다. 이 함의에 도달하려면 "전시노동동원자를 포함하여"가 "이들은 모두"라는 양화사에 의해 감시의 범위 안으로 확정된다는 논리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둘째, 제3단락과 제4단락 사이에 걸쳐 있는 시간축의 교란이다. 제3단락은 재일조선인이 "서로 협력하고 연락하는 단체를 1천여 개나 조직하고 있었다"고 서술하고, 이어서 "이것이 협화회를 조직하는 데 경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유였다"라고 인과를 맺는다. 조직적 저항은 협화회 설립의 원인이지 협화회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그런데 제4단락에서는 "재일조선인들은 집에서는 조선말을 하고 아리랑을 부르는 등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였다"고 서술한다. 이 두 정보, 즉 '설립 이전의 조직적 저항'과 '설립 이후의 개인적 정체성 유지'는 서로 다른 시점, 서로 다른 성격의 행위인데, 독자의 기억 속에서는 '조선인은 저항했고 정체성을 지켰다'라는 하나의 인상으로 합성될 위험이 있다.
정오를 가르는 경계선
이 문항의 정답과 가장 매력적인 오답을 나누는 판단 지점은 다음과 같다. 지문이 실제로 한 말의 범위를 한 치도 넘지 않고 따라가는 독해와, 지문의 여러 정보를 인상적으로 합성하여 '그럴듯한 진술'을 만들어내는 독해의 차이. 전자만이 이 문항에서 요구하는 인지적 조작이다.
선지가 시험하는 것
이 문항에서 가장 흥미로운 긴장은 정답 선지와 가장 매력적인 오답 사이에 있다.
정답에 해당하는 선지는 "협화회는 재일조선인 전시노동동원자에 대한 감시를 자행하였다"고 진술한다. 이 진술에 도달하려면, 앞서 언급한 삽입구 속의 포함 관계를 논리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전시노동동원자를 포함하여 230만 명"이 "이들은 모두"에 의해 하나의 집합으로 묶이고, 그 집합 전체가 "감시를 받았다"로 귀결된다. 전시노동동원자는 이 집합의 부분집합이므로 당연히 감시 대상에 포함된다. 추론 자체는 단순하지만, 지문에서 이 정보가 삽입구라는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 출제자는 정답의 근거를 문장의 수식어 자리에 숨겨 둠으로써, 정답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고르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
반면, 가장 매력적인 오답은 "재일조선인은 협화회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며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였다"는 선지이다. 이 선지가 위험한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두 개의 정보 조각 각각은 지문에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직적 저항도 있었고, 민족 정체성 유지도 있었다. 그러나 이 선지는 두 가지 왜곡을 동시에 수행한다. 하나는 시점의 전환이다. 조직적 저항(1천여 개 단체 조직, 파업)은 협화회 설립의 원인으로 서술된 사건이지, 협화회에 대한 저항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성격의 합성이다. 민족 정체성 유지는 "집에서 조선말을 하고 아리랑을 부르는" 개인적, 가정적 차원의 노력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이를 조직적 저항과 하나의 문장에 결합하면 지문이 말하지 않은 새로운 진술이 탄생한다. 지문은 오히려 "협화회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명시하고 있어, 협화회에 대한 조직적 저항이라는 그림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나머지 선지들은 상대적으로 식별이 쉽다. "협화회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였다"는 선지는 "학교에서 협화 교육을 받은"이라는 구절을 교육의 주체로 오독하게 유도하지만, 지문을 다시 읽으면 교육이 이루어진 장소는 학교이지 협화회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총독부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였다"는 선지는 지문에서 양자가 단지 병렬적으로 언급될 뿐 상호 관계에 대한 서술이 없다는 점에서 근거를 잃는다. "친일분자들이 간부를 맡기도 하였다"는 선지 역시, 지문이 친일분자의 증대를 위한 노력을 서술할 뿐 그들이 간부직을 맡았다는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이 문항이 남기는 점검 루틴
정보 대조형 문항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지문에서 본 기억이 있는 단어'의 존재만으로 선지를 참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문항은 그 실패의 정교한 판본을 보여준다. 선지 안에 등장하는 단어(조직적 저항, 민족 정체성, 교육, 친일분자)가 지문에 실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아무것도 보증하지 않는다. 보증하는 것은 오직 하나, 선지가 결합하는 주체·대상·시점·관계의 조합이 지문의 문장 안에서 그대로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점검은 이렇다. 매력적인 선지를 만났을 때, 그 선지를 구성하는 술어 각각이 지문의 어느 문장에 근거하는지를 따로따로 확인한 뒤, 선지가 그 술어들을 결합하는 방식(누가, 무엇에 대해, 언제)까지 지문이 뒷받침하는지를 최종 점검하는 것이다. 개별 조각의 존재가 아니라 조각들의 결합 방식이 지문과 일치하는지를 묻는 습관, 그것이 이 유형의 문항이 요구하는 독해의 정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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