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PSAT 언어논리 2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효모·호기성 세균·유산균)의 역할과 맛의 변화
Photo · Arbbrief Editorial흩어진 두 문장 사이의 한 걸음
김치 발효를 다루는 이 지문은 과학 상식을 묻는 평이한 문항처럼 보인다. 효모, 호기성 세균, 혐기성 세균이 등장하고 각각의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서술하며, 유산균이 젖산을 만들어 시큼한 맛을 낸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선지 다섯 개를 놓고 지문과 대조하면 끝일 것 같다. 그러나 이 문항이 실제로 시험하는 것은 단순 대조가 아니다. 지문이 의도적으로 떼어 놓은 두 조각의 정보를 독자가 스스로 이어붙일 수 있는가, 그것이 이 문항의 과제이다.
설계의 뼈대
지문은 세 단락에 걸쳐 미생물 세 종류의 분류, 수적 변화 추이, 기능적 역할을 교차하여 서술한다. 이 배열에는 두 가지 설계적 특징이 있다.
첫째, 분류 체계 안에 포함관계가 묻혀 있다. "유산균을 포함한 혐기성 세균"이라는 표현은 유산균이 혐기성 세균의 한 종류임을 알려주지만, 이 정보는 미생물의 종류를 나열하는 흐름 속에 한 번만 등장한다. 독자가 이 구절을 스쳐 지나가면, 유산균과 혐기성 세균을 별개의 범주로 기억하게 된다.
둘째, 유산균의 핵심 속성이 다른 곳에 분리 배치되어 있다. "매우 높은 산성의 환경에서도 잘 살 수 있는 유산균"이라는 서술은 포함관계가 명시된 문장과 같은 단락에 있기는 하지만, 몇 문장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유산균은 혐기성 세균의 일종이다'와 '유산균은 강한 산성에서도 생존한다'를 결합하면 '강한 산성에서 생존하는 혐기성 세균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한 걸음의 추론이 정답에 이르는 유일한 경로이다.
이 설계가 영리한 이유는, 정답 선지가 지문의 어떤 한 문장과도 직접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지문 어디에도 "강한 산성에서 생존하는 혐기성 세균"이라는 문장은 없다. 있는 것은 포함관계를 알리는 한 구절과, 산성 내성을 알리는 다른 한 구절뿐이다. 단순 대조로는 정답을 확인할 수 없고, 두 정보를 묶어야 비로소 선지의 참을 보증할 수 있다. 그리고 선지는 "혐기성 세균이 있다"라는 존재 양화("~이 있다")로 마무리된다. 유산균이 혐기성 세균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한 사례이므로, '있다'는 정확히 맞는 표현이 된다. 지문의 포함관계 표현과 선지의 존재 양화가 정밀하게 맞물린다.
오답이 매력을 얻는 방식
이 문항의 오답 설계에는 두 가지 원리가 작동한다.
하나는 주체의 교체이다. 선지 ③은 김치 국물의 시큼한 맛이 "호기성 세균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한다. 지문에서 시큼한 맛의 원인은 유산균이 당을 분해하여 젖산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③은 이 역할의 주체만 유산균에서 호기성 세균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호기성 세균 역시 "독특한 김치 맛을 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서술이 지문에 존재하기 때문에, 대충 읽은 독자는 호기성 세균도 시큼한 맛에 관여한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호기성 세균이 기여하는 것은 "독특한 맛"이지, "시큼한 맛"이 아니다. '맛'이라는 동일 범주 안에서 구체적 속성을 슬쩍 뒤바꾼 것이 ③의 함정이다.
다른 하나는 범위의 축소이다. 선지 ④는 특색 있는 김치 맛이 "효모가 만든 향미 성분 때문"이라고 진술한다. 그러나 지문은 "이 미생물들이 만들어 내는 여러 종류의 향미 성분"이라고 쓰고 있다. 복수의 미생물이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효모 하나의 공으로 돌리는 것이다. 효모가 탄수화물 분해 능력을 가진다는 서술이 바로 앞에 나오므로, 효모의 역할이 과대 대표되기 쉬운 지점이다.
선지 ⑤ 역시 미생물 간 수적 관계를 오독하도록 유도하지만, 지문을 한 번만 차분히 읽으면 "효모의 수와 거의 비슷해진다"는 구절과 충돌함을 알 수 있어 매력도가 낮다. 선지 ①은 "효소로 바뀐다"는 진술 자체가 지문에 근거가 없으므로 비교적 쉽게 배제된다.
결국 이 문항의 승부처는 ②와 ③·④ 사이에 놓인다. ③과 ④는 지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정보를 살짝 변형하여 그럴듯함을 확보한 반면, ②는 지문의 어떤 한 문장과도 직접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진다. 정답이 가장 불안해 보이고, 오답이 가장 안전해 보이는 역설적 배치가 이 문항의 설계 핵심이다.
이 문항이 남기는 점검 습관
분류 체계를 서술하는 지문을 만났을 때, "A를 포함한 B"나 "B의 일종인 A" 같은 포함관계 표현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그 하위 범주에 부여된 속성이 상위 범주의 선지 진술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유효한 루틴이다. 특히 선지가 "~이 있다", "~인 것이 존재한다" 같은 존재 양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지문 어딘가에 그 범주의 하위 사례가 해당 속성을 갖추고 있다는 서술이 분리 배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답은 한 문장 안에 있지 않고, 두 문장 사이의 다리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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