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Arbbrief Editorial역방향 추론의 자격: 지문이 말하지 않은 것을 어디까지 읽을 수 있는가
베커와 린더, 두 경제학자가 '시간의 비용'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각자의 방향에서 가변적이라 선언한다. 표면적 소재는 경제학이지만, 이 문항이 실제로 측정하는 것은 경제 이론의 이해가 아니다. 지문에 정방향으로만 서술된 인과를 역방향으로 뒤집어 적용하는 추론이 언제 정당하고 언제 과잉인지, 그 경계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두 이론, 두 가변축
지문은 시간의 비용이 변한다는 동일한 결론을 공유하면서도 변동의 원천이 다른 두 견해를 병렬한다. 베커는 활동의 성격과 시간대라는 두 차원을 제시한다. 수면이나 식사처럼 생산성에 기여하는 활동은 영화 관람보다 단위 시간당 비용이 작고, 주말이나 저녁처럼 활용 가능한 시간이 길어지는 시간대에는 특정 행동의 비용이 줄어든다. 린더는 전혀 다른 지렛대를 댄다. 임금이 오르면, 일하지 않는 시간에 포기하는 소득이 커지므로 비노동 활동의 시간 비용이 함께 올라간다는 것이다.
두 이론이 겹치는 유일한 전제는 '주어진 시간의 총량은 고정되어 있다'는 가정이다. 지문 말미에 기대수명 증가라는 변수가 등장하지만, 이는 베커나 린더의 주장이 아니라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열린 질문이다. 이 구분은 뒤에서 중요해진다.
지문이 쓰지 않은 방향
린더의 논리는 "임금이 상승하면 비노동 활동의 시간 비용이 늘어난다"는 정방향 한 문장으로 완결된다. 역방향, 즉 "임금이 하락하면 비용이 줄어든다"는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다. 정보추론 문항에서 "알 수 있는 것"을 고르라는 물음은 지문에 글자 그대로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지문의 논리로부터 한 걸음 나아간 추론까지 포함한다. 그렇다면 이 역방향 추론은 정당한 한 걸음인가, 허용되지 않는 도약인가.
린더의 인과 구조를 뜯어보면 답이 나온다. 임금 상승이 비용을 높이는 이유는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다른 활동에 쓰면 그만큼의 임금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이 설명은 비용의 크기가 포기되는 임금의 크기에 단조적으로 연동됨을 함의한다. 임금이 줄면 포기분도 줄고, 따라서 비용도 줄어든다는 역추론은 논리적으로 보장된다. 여기에 선지가 하나의 안전장치를 덧붙인다. "노동의 시간과 조건이 이전과 동일한 회사원"이라는 조건은, 임금 외의 변수를 모두 고정함으로써 역추론이 교란 없이 성립하는 환경을 명시적으로 확보한다. 이 조건절이 없었다면, 노동 시간 변화나 직종 변경 같은 교란 요인이 끼어들어 추론의 타당성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 출제자는 정답이 정답일 수 있는 조건을 선지 내부에 심어둔 셈이다.
과잉으로 넘어가는 한 걸음
역추론이 정당한 한 걸음이라면, 이 문항에서 과잉인 한 걸음은 어디에 있는가.
가장 정교한 유혹은 단위 비용과 총비용의 경계를 흐리는 데서 온다. 베커는 "수면은 영화 관람보다 단위 시간당 비용이 작다"고 했다. 그렇다면 2시간의 수면과 1시간의 영화 관람을 비교하면 후자의 비용이 더 클까. 직관적으로는 그럴 듯하다. 단가가 낮은 쪽에 2를 곱하고 단가가 높은 쪽에 1을 곱했으니, 높은 쪽이 여전히 클 것 같다. 그러나 이 비교는 단위 비용의 구체적 수치를 모르는 한 확정할 수 없다. 수면의 단위 비용이 영화의 절반을 넘는다면 2시간분의 수면 비용이 1시간분의 영화 비용을 초과한다. 지문은 대소 관계만 주었을 뿐 비율은 주지 않았다. '단위 비용의 대소'에서 '서로 다른 시간량의 총비용 대소'로 넘어가는 것은 지문이 허락하지 않은 비약이다.
비슷한 구조의 과잉이 또 하나 있다. 베커가 주말에 비용이 줄어든다고 했을 때, 수면과 영화 관람 중 어느 쪽의 감소폭이 더 큰지는 지문의 어디에서도 특정되지 않는다. 총량 비교든 감소폭 비교든, 지문이 제공하지 않은 정량적 관계를 수험생이 채워 넣는 순간 추론은 과잉이 된다.
한편, 인과의 방향 자체를 뒤집는 오독도 잠복해 있다. 베커의 논리에서 "활용 가능한 시간의 길이가 길어지면 비용이 줄어든다"는 원인에서 결과로 흐른다. 이것을 "비용이 줄어들면 주관적 시간의 길이가 길어진다"로 읽는 것은 화살표의 방향을 180도 돌리는 것이다. 지문은 시간의 객관적 총량이 비용에 영향을 준다고 했을 뿐, 비용의 감소가 시간 감각을 변화시킨다는 심리적 인과를 진술한 적이 없다.
정당한 추론과 과잉 추론을 가르는 것
이 문항의 심장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지문이 정방향으로 서술한 단조적 인과를, 다른 변수를 통제한 조건 아래 역방향으로 적용하는 것은 정보추론의 범위 안에 있다. 그러나 지문이 제공하지 않은 정량적 비율을 가정하거나, 인과의 방향 자체를 뒤집는 것은 범위 밖이다. 전자는 논리의 연장이고, 후자는 논리의 변조이다.
가져갈 것
정보추론 문항에서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의 경계를 판정할 때, 다음 두 가지를 순서대로 점검하는 습관이 유용하다. 첫째, 선지가 지문의 논리를 역방향으로 적용하고 있다면, 그 인과가 단조적(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도 커진다, 혹은 작아진다)인지 확인한다. 단조적이라면 역추론은 보장된다. 둘째, 선지가 지문에 없는 정량적 정보(비율, 크기, 감소폭)를 전제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대소 관계만 주어진 곳에서 구체적 수치를 필요로 하는 비교가 요구된다면, 그 선지는 지문의 울타리 바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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