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PSAT 상황판단 1
식용 곤충(귀뚜라미)이 자원 효율적인 미래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Photo · Arbbrief Editorial500배, 그 정확한 오답의 출처
식용 귀뚜라미의 자원 효율성을 다루는 이 문항은 언뜻 단순한 정보 확인 문제로 보인다. 지문에 숫자가 나열되어 있고, 선택지는 그 숫자를 옮겨 적었는지 묻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항이 실제로 시험하는 과제는 다르다. 지문이 숫자를 어떤 순서로 건네주는지, 그리고 수험생이 그 순서를 끝까지 따라가는지를 측정한다. 핵심은 읽기가 아니라 산술이며, 산술의 난도가 아니라 산술의 경로가 쟁점이다.
숫자의 배치가 만드는 구조
지문은 물 소비량 비교에서 세 대상을 등장시킨다. 귀뚜라미(0.45kg당 3.8ℓ), 닭고기(0.45kg당 1,900ℓ), 쇠고기. 이 셋 가운데 쇠고기의 물 소비량만 직접 제시되지 않는다. 지문이 알려주는 것은 "쇠고기는 닭고기의 경우보다 4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는 간접 관계뿐이다.
이 배치에는 설계 의도가 있다. 쇠고기의 절대량을 구하려면 닭고기 수치(1,900ℓ)를 경유해야 한다. 1,900에 4를 곱하면 7,600ℓ 이상. 그제야 비로소 쇠고기 대 귀뚜라미의 배수를 구할 재료가 갖춰진다. 7,600 ÷ 3.8 = 2,000배 이상. 이것이 지문이 허락하는 유일한 결론이다.
그런데 선택지 ③은 이 배수를 "500배"라고 적어 놓았다. 500이라는 숫자는 임의로 지어낸 것이 아니다. 1,900 ÷ 3.8 ≈ 500. 이것은 닭고기 대 귀뚜라미의 배수다. 쇠고기가 아니라 닭고기와 비교한 값이 슬며시 쇠고기 자리에 끼어든 것이다.
오답이 정밀해지는 순간
이 문항의 정오를 가르는 경계선은 곱셈 한 단계의 존재 여부에 놓여 있다. 닭고기 1,900ℓ를 귀뚜라미 3.8ℓ로 나누면 약 500이라는 깔끔한 수가 나온다. 여기서 멈추면 선택지 ③의 "500배"는 정확한 진술처럼 읽힌다. "4배 이상"이라는 한 문장을 놓치는 순간, 닭고기와 쇠고기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은 감지되지 않는다.
이 함정이 정교한 이유는 500이 아무 근거 없는 수가 아니라 지문 안의 실제 관계에서 도출된 수라는 점이다. 계산을 아예 하지 않은 수험생은 500이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할 수 없으므로 이 선택지에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계산을 시도하되 한 단계를 빠뜨린 수험생, 그러니까 "어느 정도 풀 줄 아는" 수험생이 걸린다. 부분적 계산이 완전한 무지보다 위험한 지점이다.
나머지 선택지가 하는 일
③ 이외의 선택지들은 지문의 진술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구조다. ①은 "가장 큰 이유"를 "이유 중 하나"로 약화했지만, 부분집합 관계이므로 참이다. ⑤는 "20%"를 "5배"로 역산한 것으로, 단순한 분수 변환이다. 이들은 ③과 달리 경유 단계가 없어서 지문 대조만으로 판정이 끝난다. 이 비대칭이 ③의 위상을 확인해 준다. 진짜 계산을 요구하는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며, 그 하나가 정답이다.
수험장 밖의 교훈
지문이 비교 수치를 제시할 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절대값을 직접 주는 경우와, 다른 대상을 경유하여 간접적으로만 산출할 수 있게 하는 경우다. 후자가 등장하면, 선택지에 적힌 숫자가 경유 대상의 값인지 최종 대상의 값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점검한다. 선택지의 숫자를 보고 "이 수가 어디서 나왔는지" 역추적할 때, 지문의 중간 단계를 하나라도 건너뛰면 도달하는 수인지를 살핀다. 만약 그렇다면 그 선택지는 경유지에서 멈춘 계산을 정답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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