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T · 추리논증

2026 LEET 추리논증 11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때, 채권자가 이를 대신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한 채권자대위권 논의

Arbbrief Editorial2026년 5월 11일·11분 읽기·무료 공개
2026 LEET 추리논증 11Photo · Arbbrief Editorial

'제3자'라는 이름의 경계선

2026학년도 추리논증 11번은 채권자대위권이라는 민법 소재를 빌려오지만, 이 문항이 실제로 작동시키는 인지 과제는 법학 지식과 무관하다. 여기서 시험되는 것은 두 견해가 각각 자신의 적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 두었는지를 읽어내고, 새로운 사례가 그 범위 안에 떨어지는지 바깥에 떨어지는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능력이다. 표면의 소재가 채무·권리·의무라는 사실에 현혹되면 이 문항의 진짜 관절을 놓치게 된다.

두 견해가 만드는 지형

견해 A와 B는 "제3자가 타인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두고 대립한다. A는 불가, B는 일정 조건 아래에서 가능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립 자체는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출제자가 이 문항에 심어 놓은 설계의 핵심은 대립의 내용이 아니라 각 견해가 자기 주장의 적용 영역을 한정하는 방식에 있다.

A는 본론에서 "권리자만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선언한 뒤, 곧바로 단서를 단다. "제3자가 권리자의 권리를 넘겨받기로 약정하거나 의무자의 의무를 떠맡기로 약정하였다면 그 스스로 권리 또는 의무의 당사자가 되었기 때문에 더는 제3자가 아니다." 이 단서는 A의 방어벽이다. 약정을 통해 당사자로 전환된 사람은 A가 말하는 '제3자'의 범주에서 아예 빠져나간다. 따라서 그런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A의 본 주장에는 흠이 가지 않는다.

B 역시 자기 주장의 사정거리를 명시해 두었다. B가 허용하고자 하는 권리행사의 주체는 "직접적인 권리가 없는 제3자"이다. 이 한정이 결정적이다. 약정을 통해 의무를 떠맡아 이미 당사자가 된 사람은 '직접적인 권리가 없는 제3자'가 아니다. B의 주장은 오직 당사자가 아닌 채로 남아 있는 제3자의 권리행사에 대해서만 발언하고 있다.

이 두 한정 장치를 놓치면, 이 문항의 세 사례 중 두 개에서 방향 판단을 잘못하게 된다.

정오를 가르는 경계

이 문항에서 정답과 오답을 가르는 판단 지점은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된다. "이 사례의 등장인물은 견해가 말하는 '제3자'인가, 아니면 이미 당사자로 전환된 사람인가?" 사례를 견해에 대입하기 전에 이 귀속 판단을 먼저 수행하지 않으면, 사례가 견해의 사정거리 바깥에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강화·약화 방향을 논하는 오류에 빠진다.

사례들이 만들어내는 세 가지 상이한 논리적 상황

〈보기〉의 세 사례는 외견상 유사한 구조(제3자가 타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상황)를 공유하는 듯 보이지만, 견해의 적용 범위에 비추어 보면 전혀 다른 논리적 위상을 점한다.

첫째 사례를 보자. c는 장기 여행 중인 a의 동의를 얻지 않고, a를 대신하여 옆집 b에게 쓰레기 제거를 요구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 c가 a의 권리를 넘겨받는 약정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은 "a의 동의를 얻지 않고"라는 문구가 명시적으로 확인해 준다. 따라서 c는 A의 예외 단서에 해당하지 않는, 순수한 의미의 제3자이다. 그런 제3자의 권리행사를 법원이 인정했다면, 이는 A의 본 주장("권리자만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이다. 예외 단서로도 구제되지 않는다. A는 약화된다. 이 판단은 옳다.

둘째 사례에서는 d의 아버지 e가 의무자 d의 채무를 대신 갚겠다고 권리자 f와 약속했고, 법원이 f의 e에 대한 청구를 인정했다. 언뜻 보면 e가 타인(d)의 의무를 이행한 것이므로 B가 주장하는 제3자의 권리행사가 인정된 사례처럼 읽힌다. 그러나 여기서 귀속 판단이 작동해야 한다. e는 f와 직접 약속을 맺었다. A의 단서가 정확히 기술하는 상황, 곧 "의무자의 의무를 떠맡기로 약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약정을 통해 e는 더 이상 제3자가 아니라 채무의 당사자가 되었다. f가 e에게 청구하는 것은 당사자에 대한 청구이지, 제3자에 대한 청구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례는 B가 말하는 "직접적인 권리가 없는 제3자"의 권리행사와는 무관하다. B의 주장이 다루는 영역 자체에 들어오지 않으므로, B를 강화하지도 약화하지도 않는다. "B를 강화한다"는 평가는 사례의 귀속 범위를 오인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셋째 사례에서는 교통사고 피해자 h가 의식불명에 빠진 상황에서 아들 i가 가해자 g에 대한 h의 권리를 대신 행사했으나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h가 의식불명이므로 h와 i 사이에 권리 양도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i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지위에 머문다. 그런데 법원이 이 제3자의 권리행사를 불허했다. 이 결과는 A의 본 주장("권리자만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과 정합적이므로 A를 강화하며, B의 주장("일정 조건 아래 제3자도 권리행사가 가능하다")과는 배치되므로 B를 약화한다. 그런데 〈보기〉의 서술은 이 방향을 정확히 뒤집어 "A를 약화하고 B를 강화한다"고 적어 두었다. 의식불명이라는 극적인 상황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여 "이런 경우에는 제3자 행사가 인정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규범적 직관이 작동하면, 법원의 불허 판결이 오히려 A에 불리한 증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강화·약화 판단은 "법원이 이렇게 판결해야 한다"가 아니라 "법원이 실제로 내린 판결이 해당 견해의 예측과 일치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판결 결과 자체가 증거이지, 판결의 당위가 증거는 아니다. 이 구분을 지키면 방향 전도에 걸려들지 않는다.

두 함정의 결합이 만드는 선택지 구조

이 문항이 정교한 것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오판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에 있다. 둘째 사례의 함정은 사례가 견해의 적용 범위에 속하지 않음을 간과하게 만드는 것이고, 셋째 사례의 함정은 사례가 견해에 미치는 영향의 방향을 거꾸로 읽게 만드는 것이다. 전자에 걸리면 ㄴ을 정답에 포함시키고, 후자에 걸리면 ㄷ을 포함시키게 된다. 두 함정 중 하나에만 걸려도, 혹은 둘 다 걸려도, 첫째 사례만으로 구성된 선택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가져갈 것

견해 강화·약화 문항에서 사례를 견해에 대입하기 전에 수행해야 할 사전 질문이 있다. "이 사례는 해당 견해가 다루는 영역 안에 있는가?" 견해에 예외 조항이 달려 있거나, 주장의 대상이 명시적으로 한정되어 있을 때, 사례의 등장인물이 그 한정 범위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범위 바깥의 사례는 해당 견해를 강화하지도 약화하지도 않는다. 강화·약화의 방향을 따지기에 앞서, 사례가 견해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이 유형의 오답률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절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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