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LEET 추리논증 13
사형선고에 나타난 인종적 편향과 차별적 처벌의 정의로움에 관한 논쟁
Photo · Arbbrief Editorial통계는 부정의를 증명하는가: 결과적 편향과 의도적 선별 사이의 균열
사형선고에서 특정 인종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통계가 있다. 이 사실 하나를 두고 두 입장이 정면으로 갈라진다. 갑은 그 통계 자체가 부정의의 증거라 보고, 을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 문항의 소재는 형사 정의이지만, 문항이 실제로 시험하는 것은 훨씬 날카로운 물음이다. "동일한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층위에서 부정의를 정의하는 두 견해가 있을 때, 각 견해의 전제를 정확히 식별하고 그 전제가 함의하는 바와 함의하지 않는 바를 구분할 수 있는가."
지문은 단순한 주장·반론의 일회적 교환이 아니라, 두 차례의 재반론까지 포함한 대화형 논쟁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 설계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갑과 을의 입장은 첫 발언에서 이미 드러나지만, 그 입장의 진정한 윤곽은 재반론을 거쳐야 비로소 선명해진다. 특히 을의 최종 발언은 이 문항 전체의 열쇠를 쥐고 있다.
두 차례의 반론이 빚어내는 구조
갑의 논증은 직관적이다. 사형선고에서 인종별 비율에 유의미한 편향이 관찰된다. 판사가 양심에 따라 결정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편견이 개입하고 있다. 범죄와 무관한 요소가 처벌에 영향을 미치면 정의로운 처벌이 될 수 없다. 이 논증의 뼈대는 명료하다. "편견 개입 → 범죄 무관 요소의 영향 → 부정의."
을의 첫 반론은 이 뼈대에 정면으로 부딪힌다. 을이 말하는 정의란 "가능한 한 많이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며, 사형선고가 차별적으로 적용되더라도 "그들의 죄에 마땅한 처벌인 한, 적용된 각 경우에서 여전히 정의로운 형벌"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음주운전 유비가 덧붙는다. 단속에 걸린 극히 일부만 처벌하는 것이 정의의 관점에서 문제가 되지 않듯이, 흉악범 일부에게만 사형이 적용되어도 각 적용 사례는 정의롭다는 논리이다.
갑은 이 유비를 역이용한다. 만약 음주운전자 중 소득이 낮은 사람만 골라 처벌한다면? 마땅한 처벌이라 하더라도 범죄와 무관한 기준으로 선별하는 순간 정의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갑의 재반론은 을의 음주운전 유비가 "무작위 적발"이라는 조건을 은연중에 전제하고 있었음을 꿰뚫는다.
그런데 이 문항의 진정한 전환점은 을의 마지막 발언에 있다. 을은 갑의 역유비를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골라서 처벌한다면" 그것은 분명 부정의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바로 이어서 핵심 단서를 박는다. "그런 의도가 없는 한, 결과적으로 처벌받은 사람 중 특정 부류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고 해서, 범죄와 무관한 요소가 처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
을의 마지막 발언은 자신의 입장이 결국 어떤 조건 위에 서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확정한다. 부정의의 판별 기준은 결과의 분포가 아니라 선별의 의도이다. 이 한 문장이 지문 전체의 아치를 완성하며, 동시에 〈보기〉를 풀기 위한 결정적 기준선이 된다.
정오를 가르는 경계선
이 문항에서 정답과 오답을 가르는 단 하나의 판단 지점은 이것이다. 갑에게 부정의의 조건은 "편향이라는 결과의 존재" 자체인 반면, 을에게 부정의의 조건은 "의도적 선별"이라는 행위의 성격이다. 두 사람은 같은 통계를 보면서 서로 다른 층위에서 정의를 정의하고 있다. 이 층위 차이를 놓치는 순간, 을의 입장에 대한 모든 판단이 어긋난다.
을의 전제를 조작하는 두 방향의 함정
〈보기〉 세 항목 중 가장 정교한 함정은 ㄴ과 ㄷ이며, 흥미롭게도 이 둘은 같은 표적, 즉 을의 입장을 겨냥하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전제를 왜곡한다.
ㄴ은 "을의 관점에 따르면, 처벌의 정의가 온전히 실현될 경우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 중 사형선고를 받는 사람의 비율은 줄어들 것이다"라고 진술한다. 이 진술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현행 제도에서 편향이 있으니 편향이 사라지면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상식적 직관에 기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직관은 을의 전제 위에 서 있지 않다. 을은 정의가 "가능한 한 많이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이 전제 아래에서 정의가 온전히 실현된다면, 마땅히 사형을 받아야 할 모든 사람이 사형을 선고받게 되므로 비율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ㄴ이 참이 되려면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 중 사형을 받아 마땅한 자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전제가 추가로 필요한데, 을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ㄴ은 을에게 없는 전제를 슬며시 덧붙여 결론의 방향을 뒤집는 함정이다.
ㄷ은 "2010년 이후 10년간의 사형선고 기록을 추가 조사한 결과 A인종에의 편향이 증가했다면, 갑의 입장은 강화되고 을의 입장은 약화될 것이다"라고 진술한다. 이 진술은 절반만 맞다. 편향의 심화는 갑의 주장, 즉 "편견이 처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과 부합하므로 갑의 입장을 강화한다. 그러나 을의 입장은 다른 층위에 있다. 을에게 부정의의 조건은 의도적 선별이지 결과적 편향이 아니다. 편향이 두 배로 심화되더라도, 그것이 판사의 의도적 선별 없이 발생한 결과라면 을의 논리 체계 안에서 부정의가 성립하지 않는다. ㄷ은 을의 핵심 전제, 즉 의도성 조건을 빠뜨린 채 통계적 결과만으로 을의 약화를 선언하는 함정이다.
두 함정의 설계를 겹쳐 놓으면 교묘한 대칭이 보인다. ㄴ은 을에게 없는 전제를 더해서 을의 결론을 왜곡하고, ㄷ은 을에게 있는 전제를 빼서 을의 방어선을 허물어뜨린다. 방향은 정반대이지만 효과는 같다. "을의 입장은 어딘가 취약할 것이다"라는 막연한 인상을 품고 있는 수험생은 둘 다 받아들이게 된다.
이 대칭 구도 속에서 ㄱ은 오히려 그 소박함 때문에 의심받기 쉽다. "판사의 재량을 최소화하고 공통의 기준을 마련하여 그에 따라 사형선고를 하도록 하는 것은, 처벌의 정의라는 관점에서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갑의 핵심 전제가 "판사의 편견이 처벌에 개입한다"는 것이므로, 판사의 재량을 줄이고 공통 기준을 세우는 것은 편견의 개입 경로 자체를 차단하는 처방이 된다. 갑의 관점에서 이것이 개선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은 논리적으로 직결된다. 문제는, 이 직결성이 너무 명료하기 때문에 "이렇게 단순한 것이 정답일 리 없다"는 반사적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ㄴ과 ㄷ이 각각 을의 전제를 교묘하게 조작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나면, ㄱ만이 남는다.
재반론이 확정하는 것을 읽어라
이 문항이 남기는 실전적 교훈은 대화형 논쟁 문항의 독법에 관한 것이다. 갑과 을이 재반론까지 주고받는 구조에서, 각 화자의 입장은 첫 발언이 아니라 마지막 발언에서 가장 정밀하게 확정된다. 첫 발언은 입장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재반론은 그 입장이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디서부터 양보하지 않는지를 명시한다. 을의 경우, 첫 반론만 읽으면 "차별적 적용이어도 마땅한 처벌이면 정의롭다"는 다소 거친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반론에서 을은 의도적 선별과 결과적 편향을 명확히 구분하고, 전자만을 부정의의 조건으로 한정한다. 이 한정이 을의 입장 전체를 지탱하는 기둥이며, 〈보기〉 ㄷ의 정오를 가르는 열쇠이다.
대화형 논쟁 문항을 만났을 때, 마지막 발언으로 먼저 가라. 그 발언이 양보한 것과 양보하지 않은 것의 경계선을 긋고, 그 경계선 위에서 〈보기〉를 판단하라. 첫 발언의 인상에 머무는 독해는, 이 문항이 설계한 함정의 정확한 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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