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Arbbrief Editorial증명의 건축술, 혹은 상관관계의 미로에서 인과를 캐내는 법
이 세트의 표면적 주제는 제도와 경제성장이다. 아제모을루 등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연구, 식민지의 역사, 번영의 역전. 그러나 세 문항을 끝까지 통과해본 수험생이라면 직감할 것이다. 시험관이 진정으로 묻고 있는 것은 경제학이 아니라, 증명 그 자체의 구조라는 사실을.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A가 B의 원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경제학의 외피를 빌려 왔을 뿐, 본질적으로는 논증의 자격 요건에 관한 물음이다.
논증이 세워지는 순서
지문은 네 단락에 걸쳐 하나의 논증을 쌓아 올린다. 그 건축 순서를 추적해 보자.
첫 단락은 문제를 제기한다. 제도와 성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제도가 성장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거꾸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제도가 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가 양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상황에서, 한쪽 방향만 골라내는 일이 왜 어려운지를 독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이 단락의 역할이다.
둘째 단락은 해결책의 논리를 추상적으로 전개한다. 도구변수라는 장치가 등장한다. 이 장치가 작동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도구변수가 원인 변수와 충분히 강한 상관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를 관련성이라 부르자). 다른 하나는, 도구변수가 결과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오직 원인 변수를 거치는 길 하나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번째 조건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지문은 이를 한 문장 안에 압축해 넣는다: "x와 상관관계가 크지만 x 외에 y에 영향을 주는 다른 어떤 요인과도 상관관계가 없는 도구변수." 이 한 문장이 세 문항 전체의 뿌리이다.
셋째 단락은 추상을 구체로 옮긴다. 식민지 초기 유럽인 정착민의 사망률이 도구변수로 채택되고, 번영의 역전과 제도적 역전이라는 역사적 관찰이 그 채택의 배경으로 제시된다. 넷째 단락은 이 도구변수가 정말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둘러싼 비판과 반박의 쌍으로 이루어진다. 지문의 마지막 단락이 단순한 부연이 아니라 논증의 취약 지점을 노출하고 방어하는 구간이라는 점을 놓치면, 17번 문항에서 길을 잃게 된다.
세트가 겨누는 한 점
세 문항이 공유하는 판단의 축은 이것이다: 도구변수가 유효하기 위한 두 조건을 구분하고, 각 조건이 구체적 사례에서 충족되는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가. 관련성 조건과 경로 배타성 조건은 지문에서 한 문장 안에 나란히 놓여 있어 언뜻 하나의 요건처럼 읽힌다. 이 둘을 별개의 관문으로 분리해 인식하지 못하면, 16번에서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고, 17번에서는 연구자의 숨은 전제를 읽어내지 못하며, 18번에서는 변수 사이의 부호 관계를 잘못 계산한다.
16번: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함정의 어법
16번은 내용 일치 문항이지만, 정답에 도달하려면 단순한 대조 이상의 판단이 필요하다. 지문 둘째 단락의 첫 문장은 기울기가 0이 아님을 보이는 것이 "흔히 사용하는 통계적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장이 "그런데"로 시작하며 이 방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세 가지 경우를 나열한다. 지문은 이 방법을 소개한 것이지, 승인한 것이 아니다. ④번 선지는 이 구별을 시험한다. "기울기가 0이 아니라면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진술은, 지문이 소개 직후 부정한 바로 그 전제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흔히 사용하는"이라는 수식어가 "타당한"으로 둔갑하는 순간, 도구변수법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지문 전체의 논지가 무너진다.
이 문항에서 진짜 까다로운 것은 정답이 아니라 오답이다. ①번("포용적 제도가 착취적 제도보다 발전 수준이 더 높은 제도이다")은 지문 어디에도 그 서열을 직접 선언하는 문장이 없다. "포용적 제도의 발달로 인해 빠르게 성장했다"는 서술로부터 포용적 제도가 더 발전된 것이라는 함의를 끌어내야 한다. 단순 대조처럼 보이지만 중간에 추론이 한 겹 끼어 있다는 점에서, 이 세트는 내용 확인 문항조차 순수한 대조로 풀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17번: 반박 속에 숨겨진 전제를 발굴하기
17번은 아제모을루 등의 "생각을 추론"하라고 요구한다. 여기서 추론의 대상은 연구자가 명시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논증이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정답에 도달하는 경로를 따라가 보자. ⑤번 선지는 초기 정착민의 사망률이 낮은 지역에서 유럽인의 대규모 이주로 기술이 진보했을 가능성을, 아제모을루 등이 중요하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가. 만약 사망률이 낮아서 유럽인이 많이 이주하고, 그 이주가 기술 진보를 가져오고, 그 기술 진보가 오늘날의 소득을 높였다면, 사망률은 제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우회 경로를 갖게 된다. 이 경로가 존재하면 도구변수의 두 번째 조건(결과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원인 변수를 거치는 것뿐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깨진다. 아제모을루 등이 사망률을 도구변수로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이런 우회 경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문 넷째 단락에서 그들은 "과거 유럽인 사망률이 제도를 통한 영향을 제외하면 오늘날의 소득 수준과 상관관계가 없다"고 반박하는데, 이 반박이 바로 우회 경로의 부정이다.
이 추론이 어려운 이유는, 두 번째 조건의 추상적 정의가 둘째 단락에, 그 조건의 구체적 충족이 넷째 단락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두 단락 사이에 끼인 셋째 단락의 역사 서술을 넘어 양쪽을 연결해야 한다.
가장 정교한 매력 오답은 ③번이다. "오늘날 각 지역에서 관측되는 제도 발달 수준은 식민지 정책에 의해 이미 결정되었다고 볼 것이다." 아제모을루 등이 제도의 지속성을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문은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성이 있었다고 쓴다. "지속성"과 "결정"은 다른 말이다. 지속성은 높은 상관관계를 뜻할 뿐이고, 결정은 완전한 동일성을 뜻한다. 만약 식민지 정책이 제도를 이미 결정했다면, 관측된 제도 수준과 도구변수로 예측한 제도 수준이 같아지고, 도구변수를 쓸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이 선지는 "지속되었다"를 "결정되었다"로 한 단계 부풀림으로써 논증의 자기모순을 유발한다.
18번: 부호가 두 번 뒤집히면 원래로 돌아온다
18번은 보기에서 새로운 사례를 준다.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이후의 흑인 폭동, 오늘날 흑인들의 소득, 그리고 당시 강우량. 지문의 도구변수 논리를 이 새로운 변수 관계에 이식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정답의 핵심은 부호의 전이 규칙이다. 보기에서 두 가지 관계가 주어진다. 첫째, 당시 흑인들의 소득 수준이 낮은 도시일수록 폭동이 더 심했다(소득과 폭동 사이에 음의 관계). 둘째, 폭동 수준이 높을수록 오늘날 소득이 낮다(폭동과 오늘날 소득 사이에도 음의 관계). 이 두 관계를 이어 붙이면 어떻게 되는가. 당시 소득이 낮으면 폭동이 심하고, 폭동이 심하면 오늘날 소득이 낮다. 그러므로 당시 소득이 낮은 곳에서 오늘날 소득도 낮다. 이것은 양(+)의 상관관계이다.
④번 선지는 이 관계를 "음의 상관관계"라고 기술한다. 부호 하나가 뒤집혀 있다. 음과 음이 만나면 양이 된다는, 수학적으로는 자명하지만 직관적으로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전이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소득이 낮으면 폭동이 높고, 폭동이 높으면 오늘날 소득이 낮다"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낮다"가 반복되면서 최종 관계도 음인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음의 관계가 두 번 연쇄되면 양의 관계로 돌아오는데, 서사적 직관이 산술적 전이를 가린다.
반복되는 오답의 문법
세 문항에 걸쳐 세 가지 공통된 설계 원리가 반복된다.
첫째, 조건의 삭제. 지문이 "A이면 B이다, 단 C가 아닐 때에 한하여"라고 서술할 때, 선지에서 "단"이하를 지우면 "A이면 B이다"가 무조건적 참으로 격상된다. 16번의 핵심 함정이 이것이다. 기울기가 0이 아니라는 것이 인과관계의 증거가 되려면 역인과, 제3의 요인, 측정 오차라는 세 가지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선지는 이 장애물을 조용히 삭제한다.
둘째, 강도의 부풀리기. 지문이 "높은 상관관계를 가질 정도로 지속성이 있었다"라고 쓸 때, 이를 "이미 결정되었다"로 바꾸면 진술의 강도가 한 단계 올라간다. 지속성과 결정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되 크기가 다르고, 그 크기의 차이가 논증 전체를 무너뜨린다. 17번 ③번 선지의 설계가 이 원리에 기반한다.
셋째, 부호의 은폐. 여러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 방향이 연쇄적으로 주어질 때, 최종 방향은 중간 부호들의 곱으로 결정된다. 이 산술을 서사적 맥락 속에 숨기면, 독자는 서사를 따라가다가 부호를 잘못 판단한다. 18번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남기는 것
이 세트에서 가져갈 수 있는 구체적 습관은 다음과 같다. 지문이 어떤 방법이나 원칙을 소개할 때, 그 소개가 승인인지 설명인지를 구별하는 것. "흔히 사용하는"은 "타당한"이 아니다. 또한 반박을 읽을 때, 반박의 내용뿐 아니라 반박이 성립하기 위해 전제해야 하는 것을 함께 읽는 것. "제도를 통한 영향을 제외하면 상관관계가 없다"는 반박은, 제도를 거치지 않는 다른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변수들 사이의 관계가 연쇄적으로 주어질 때, 서사의 흐름에 기대지 말고 각 관계의 부호를 명시적으로 표기한 뒤 곱하는 것. 직관은 때로 산술을 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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