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T · 추리논증

2026 LEET 추리논증 3

Arbbrief Editorial2026년 4월 29일·12분 읽기·무료 공개
2026 LEET 추리논증 3Photo · Arbbrief Editorial

잣대가 끊기는 자리

이 문항의 소재는 산아제한정책이다. X국이 외국의 정책례 두 가지를 비교·검토한다는 설정 아래, 효율성·형평성·자율성이라는 세 기준이 제시되고, 고정할당제(㉠)와 출산허가증 거래제(㉡)라는 두 제도가 놓인다. 표면적으로는 정책 비교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항이 실제로 시험하는 것은 정책 자체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기준의 정의를 읽는 정밀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정의 안에 박혀 있는 한정어구를 얼마나 충실하게 유지한 채 사례에 투영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다.

세 기준은 얼핏 일상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효율성은 이득의 최대화와 비용의 최소화, 형평성은 동등한 기회, 자율성은 선택의 자유. 누구나 대략의 의미를 안다고 느낀다. 그러나 지문은 각 기준의 정의 뒤에 조용히 울타리를 친다. 효율성의 정의 끝에는 "이득이나 비용은 금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만을 말한다"는 한정이 붙는다. 형평성 정의의 핵심구는 "자신의 합법적 선택을 실현할 수단을 동등하게 획득"인데, 여기서 "합법적 선택"이라는 수식어가 적용 범위를 좁힌다. 자율성은 "선택을 후회하는 자에게 달리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로 한정되어, 선택지의 폭이나 거래의 자유 같은 인접 개념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는다.

이 세 울타리가 문항의 설계 전체를 떠받치는 골조이다. 출제자는 기준의 이름이 환기하는 상식적 이해와, 정의 문장이 실제로 획정하는 범위 사이의 틈을 정밀하게 벌려 놓았다. 그 틈 안에 함정이 놓인다.

두 정책례는 이 틈을 공략하기 위해 설계된 도구이다. 고정할당제(㉠)는 단순하다. 1명까지 합법이고, 초과 시 벌금이 부과되며, 출산권의 거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출산허가증 거래제(㉡)는 한 겹 더 복잡하다. 허가증을 사용할 수도, 판매할 수도 있으나, 한번 판매하면 재구매가 불가능하고, 허가증 없이는 출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의 설계에서 주목할 것은 "거래 가능"이라는 열린 문과 "재구매 불가, 무허가 출산 불가"라는 닫힌 문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이 공존이 각 기준의 한정어구와 만날 때, 보기마다 다른 판정이 도출된다.

정의의 울타리가 판정을 가르는 지점

이 문항의 정오를 가르는 경계는 단 하나로 수렴한다. 기준의 정의에 박힌 한정어구를 그대로 유지한 채 사례에 대입했는가, 아니면 기준의 이름이 환기하는 일상적 의미에 끌려가 한정어구를 흘렸는가. 이 경계선은 세 보기 전부를 관통하지만, 그 작동 방식은 보기마다 다르다.

가장 정교한 함정은 ㄴ에 있다. 형평성 기준의 정의를 다시 읽어 보면, 그 핵심은 "경제적 조건에 구애됨 없이 자신의 합법적 선택을 실현할 수단을 동등하게 획득할 수 있음"이다. 여기서 "합법적 선택"이 수행하는 역할이 결정적이다. 2명을 출산하려는 사람의 관점에서 ㉡을 보면, 추가 허가증을 구매해 2명을 출산하는 것은 분명 합법적 선택이고, 이를 실현할 수단인 허가증 거래는 경제적 조건에 따라 접근성이 달라진다. 부유한 사람은 허가증을 살 수 있고, 가난한 사람은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은 형평적이지 않다. 반면 ㉠에서 2명 출산은 벌금을 동반하지만, 합법적 선택의 범위는 1명 출산에 한정된다. 그 범위 안에서 수단의 동등성은 경제적 조건과 무관하게 보장된다. 따라서 ㉡이 ㉠보다 형평성이 크다는 ㄴ의 진술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함정이 정교한 까닭은, "거래가 가능하면 선택의 수단이 늘어나고, 수단이 늘면 형평성이 높아진다"는 직관적 추론이 상당히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이 추론은 형평성의 일상적 의미에서는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지문의 정의가 요구하는 것은 합법적 선택의 범위 내에서 수단의 동등성이지, 선택지의 절대량이 아니다. "합법적"이라는 세 글자가 만드는 울타리를 넘어서는 순간, 판정은 뒤집힌다.

ㄱ 역시 유사한 구조의 함정을 품고 있으나, 방향이 반대이다. 출산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관점에서 효율성을 비교할 때, ㉠에서는 출산하지 않으면 벌금도 없고 이득도 없다. 아무런 금전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중립 상태이다. ㉡에서는 출산을 원하지 않으면 허가증을 판매할 수 있고, 이는 금전적 이득을 발생시킨다. 효율성 정의에 따르면 "이득이나 비용은 금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만"을 따지므로, 허가증 판매 대금은 정확히 이 범주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보다 효율성이 높다. ㄱ은 이 관계를 뒤집어 서술하므로 틀린다.

이 보기의 함정은 ㉡의 허가증 판매가 금전적 이득이라는 점을 포착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있다. 출산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상태이고, ㉡은 허가증이라는 부수적 장치가 따라붙는 복잡한 상태이다. 복잡성에 시선을 빼앗기면 그 복잡성이 만들어내는 금전적 효과를 놓치기 쉽다.

ㄱ과 ㄴ 사이에는 흥미로운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ㄱ은 "㉠이 ㉡보다 낫다"고 주장하고, ㄴ은 "㉡이 ㉠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두 보기가 반대 방향의 우열을 제시하므로, 하나가 틀리면 다른 하나는 맞을 것이라는 기계적 직관이 유발된다. 그러나 두 보기 모두 틀린다. 이 대칭적 배치는 수험생이 각 보기를 독립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패턴으로 처리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적 장치이다. 우열의 방향이 교차한다는 사실 자체가, 각각의 누락을 은폐하는 효과를 낳는다.

ㄷ은 출산을 포기했다가 번복하려는 사람의 관점에서 자율성을 비교한다. 이 보기가 정답에 도달하기 위해 요구하는 인지적 조작은 ㄱ·ㄴ과 종류가 다르다. ㄱ·ㄴ이 한정어구의 누락을 유도하는 함정이라면, ㄷ은 ㉡의 두 단서를 결합해야 하는 과제이다. "판매자는 재구매 불가"와 "무허가 출산 불가", 이 두 조건이 동시에 작동할 때만 번복의 기회가 완전히 차단된다. 재구매가 불가능하더라도 다른 경로로 허가증을 얻을 수 있다면 자율성 차이는 줄어들 것이고, 무허가 출산이 가능하다면 허가증의 유무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반면 ㉠에서는 출산권이 소멸하지 않으므로, 포기를 번복하고 첫째를 출산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다. 자율성 기준이 "선택을 후회하는 자에게 달리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를 묻는 이상, ㉠이 ㉡보다 자율성이 높다는 판정은 명확하다.

정의를 계약서처럼 읽는 자세

이 문항이 남기는 교훈은 구체적이다. 지문이 기준이나 개념을 정의할 때, 그 정의 문장의 끝자락에 붙은 한정어구를 별도로 표시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금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만", "합법적 선택을 실현할 수단", "달리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처럼, 정의의 외연을 좁히는 구절이 사실상 문항의 채점 기준이다.

실행 가능한 루틴은 이것이다. 정의를 읽을 때 기준의 이름은 잠시 잊고, 정의 문장 안에서 "~만", "~에 한하여", "~의 범위 내에서" 같은 한정 표지를 찾아 밑줄을 긋는다. 그런 다음 사례에 대입할 때, 그 밑줄 친 조건이 충족되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기준의 이름이 환기하는 상식에 기대지 않고, 정의가 실제로 허용하는 범위만을 사례에 대입하는 것. 이 문항에서 형평성을 "동등한 기회"로 읽은 수험생과 "합법적 선택의 범위 내에서 수단의 동등한 획득"으로 읽은 수험생 사이의 거리가, 정답과 오답 사이의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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