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T · 추리논증

2026 LEET 추리논증 9

교통사고 합의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을 이용하는 중개자들의 역학 구도

Arbbrief Editorial2026년 5월 9일·11분 읽기·무료 공개
2026 LEET 추리논증 9Photo · Arbbrief Editorial

수수료가 클수록 누가 웃는가

2026학년도 추리논증 9번은 교통사고 합의라는 일상적 소재를 다룬다. 사고상무와 사건브로커, 두 중개자가 피해자의 합의를 놓고 경쟁하는 X국의 제도를 설명한 뒤 구체적 사례에 적용하게 하는 규칙 적용 문항이다. 그러나 이 문항이 실제로 시험하는 것은 제도의 이해가 아니다. "수수료"라는 단어가 유발하는 손실의 직관을 수학적 정의가 뒤집을 수 있는지, 그 전환을 수험생이 제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두 중개자의 인센티브 구조

지문이 설계하는 세계에는 세 겹의 규칙이 겹쳐 있다.

첫째, 합의의 일반 원칙이다. "피해자에게 금전적으로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제3자의 주도하에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문장은 지문 전체를 관통하는 상위 규칙이며, 모든 선지의 판단이 최종적으로 이 원칙에 회귀한다.

둘째, 사고상무 병의 행동 원리이다. 병은 가해자 측인 택시회사 A의 소속 직원이다. 위로금과 감정적 읍소를 통해 피해자의 분노를 완화한 뒤,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돈보다 적은 돈"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그의 임무다. 피해자의 정보가 부족하거나 권리의식이 낮거나 사정이 급박할수록 그의 전략은 더 잘 먹힌다. 요컨대 병의 인센티브는 피해자 수취액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렬된다.

셋째, 사건브로커 정의 보수 구조이다. 정은 판결로 받아낼 수 있는 배상금을 계산하여 피해자에게 제시하고, 합의가 성사되면 "피해자가 지급받은 합의금에서 고정 비율의 돈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다." 정의 인센티브는 병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합의금 총액이 커야 자기 수수료도 커지므로, 정은 피해자를 위해 합의금을 끌어올릴 유인이 있다.

이 세 겹이 빚어내는 긴장은 단순하다. 병은 적게, 정은 많이 받아오려 한다. 피해자 갑의 시선에서는 두 중개자가 각각 내미는 순수취액(갑이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을 비교하여 더 유리한 쪽을 택하면 된다. 그런데 정을 택할 경우 갑의 순수취액은 합의금 총액에서 수수료를 뺀 금액이다. 바로 이 공제 구조가 문항의 핵심 관절이 된다.

"고정 비율"이라는 세 글자

이 문항의 정오를 가르는 경계는, "수수료 액수가 많다"는 표현이 갑에게 유리한 상황인지 불리한 상황인지를 판별하는 한 걸음에 놓여 있다.

지문은 정의 수수료를 "합의금의 고정 비율"로 정의한다. 비율이 고정이라는 것은 r이 상수라는 뜻이다. 합의금 총액을 T, 수수료율을 r이라 하면 수수료는 rT이고, 갑의 순수취액은 (1-r)T이다. r이 일정한 이상, 수수료 rT가 커지려면 T 자체가 커져야 한다. T가 커지면 (1-r)T도 커진다. 따라서 "정이 받는 수수료 액수가 크다"는 말은 곧 "정이 합의금 총액을 크게 받아냈다"는 말이고, 이는 다시 "갑의 순수취액도 크다"는 말이다.

이 추론은 간단한 비례 관계에 불과하지만, 시험장에서는 간단하지 않다. "수수료"라는 단어 자체가 강한 손실 프레이밍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많다고 하면, 떼이는 돈이 많다는 느낌이 즉각적으로 작동한다. 이 직관을 따라가면 "정의 수수료가 클수록 갑에게 불리하므로, 병이 합의를 주도할 것"이라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한다. 출제자가 노리는 것이 정확히 이 경로다.

선지가 설계하는 비교의 층위

이 문항에서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선지는 수수료 직관을 역이용한 다섯째 선지이다. "정이 받는 수수료 액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합의는 병의 주도하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술은 두 겹의 오류를 하나의 자연스러운 문장 안에 겹쳐 놓는다. 먼저, 수수료 총액의 증가를 갑의 순수취액 감소로 등치하는 산술적 오독이 발생한다. 그 오독이 일어나는 순간, "정보다 병이 갑에게 유리하다"는 잘못된 비교가 만들어지고, 합의의 일반 원칙에 의해 "병이 주도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산술의 오류가 결론의 방향 전체를 뒤집는 것이다. 실제로는 정의 수수료가 클수록 갑의 순수취액도 크므로, 합의는 오히려 정의 주도하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선지의 매력은 "수수료"의 일상적 어감이 보증한다. 우리는 수수료라는 단어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내가 잃는 돈"을 떠올린다. 출제자는 이 반사를 이용하여, 비율 구조라는 정의를 한 번 더 들여다봐야만 깨지는 함정을 만들었다.

반면 첫째 선지와 둘째 선지는 같은 비교 구조를 다른 각도에서 확인한다. 첫째 선지는 병이 건네는 총액(위로금 + 합의금)과 정을 통한 순수취액(합의금 - 수수료)을 직접 대조하여, 전자가 크면 병이 주도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합의의 일반 원칙을 수수료 공제까지 반영하여 적용한 정확한 추론이다. 둘째 선지는 병과 정이 같은 합의금을 제시한 상황을 가정한다. 같은 금액이라면 정 쪽에는 수수료 공제가 발생하므로 갑의 순수취액은 병 쪽이 크다. 역시 일반 원칙에 의해 병이 주도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두 선지는 수수료를 "빼는 돈"으로 정확히 처리하는 연습을 시켜 놓고, 바로 그 처리 방식을 다섯째 선지에서 역이용하는 구조적 포석이기도 하다. 앞선 선지에서 "수수료는 갑에게 불리한 요소"라는 인상을 강화해 놓아야, 다섯째 선지에서의 오독이 더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넷째 선지는 별개의 규칙을 동원한다. 갑의 사정이 급박하고 이를 가해자 측이 알고 있다면, 사고상무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조건이 충족된다. 가해자 측인 을과 A는 정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응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결국 병의 주도하에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선지는 일반 원칙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사고상무의 우위 조건이라는 별도의 규칙을 끌어와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선지들과 인지적 요구가 다르다.

"비율"과 "액수"를 분리하는 습관

이 문항이 남기는 교훈은 하나의 점검 절차로 압축된다. 어떤 비용 항목이 당사자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단할 때, 그 비용이 고정액인지, 비율인지, 아니면 다른 변수에 연동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수수료가 크다"는 문장을 읽었을 때, 그것이 비율의 증가인지 총액의 증가인지에 따라 결론의 방향이 정반대가 된다. 비율이 고정인 상태에서 총액이 커진 것이라면, 수수료의 증가는 오히려 원금(순수취액)의 증가를 함의한다. 이 반전은 교통사고 합의뿐 아니라, 성과보수·로열티·세율 등 비례적 공제가 등장하는 모든 규칙 적용 문항에서 동일하게 작동한다. 선지가 "비용이 크다"고 말할 때, 그 비용의 정의로 돌아가 산식을 한 번 펼쳐 보는 습관이 이 유형의 함정을 해제하는 가장 확실한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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